top of page

느림의 미학, 아날로그의 가치

편지의 역사

편지는 인간의 삶과 함께해왔다. 

개인의 마음이나 소식을 전하는 편지는

예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사용해 온 대표적인 사적 기록이다.

문자를 비롯한 기록매체와 함께 역사 속에 등장한 편지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가지고 발전해왔다.

xItxy2H9wZhKufizV1vPw5cbHab72xsA9moeu190mK2Ha66XhWO1EcGwbi5XWN7sSlTQj_cxza3cg6RSrX7oVPDf8o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입니다. ⓒ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대나무를 엮어 만든 편지, 죽찰

죽찰(竹札)은 죽간(竹簡)으로 이루어진 편지,

죽간은 대나무 위에 글씨를 쓰고 엮은 것을 말한다.

기원전 500여 년 전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죽찰은

당시 가장 대표적인 기록매체였다.

경전이나 역사서 같은 다양한 책들이 죽찰로 만들어 졌으며,

그 모양은 한자 책 책(冊)자의 기원이 되기도 하였는데, 편지 또한 죽찰의 형태였다.

죽찰은 무게가 무거워 이동이 불편했지만 언제 어디서나 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주로 사용하였다고 추측된다.

대나무 외의 나무를 사용한 경우는 목간(木簡)이라 한다.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편지, 양피지 편지

나무 외의 재료를 사용한 편지도 있었는데, 양피지 편지가 그 대표다.

양피지는 송아지나 양, 염소의 가죽으로 만든 질기고 부드러운 재료로

18세기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16세기에는 실링 스탬프(Sealing Stamp)가 등장하기도 했다.

왁스 또는 밀랍 등의 원료를 이용하여 만든 실링 스탬프는

편지를 봉하는데 사용하였는데,

왕이나 귀족 등의 지배계층은 편지의 보안을

실링 스탬프를 사용한 인장의 손상 유무로 확인했다고 한다.

letters-2742643_1280.jpg
pen-3481061_1280.jpg

종이의 발명과 여파

이전에도 세계 각지에서 해당 지역 식물을 사용한 종이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보편적으로 종이는 기원후 105년에 중국의 채륜을 통해 탄생했다고 본다.

채륜은 이전에 사용된 기록 매체들을 연구하여 글을 쓸 수 있으면서도 가볍고, 얇고,

튼튼한 종이를 개발하고 대량 생산에도 성공했다.

종이가 발명되자 편지를 비롯한 인류의 기록에는 대변혁이 일어났다.

기록물의 이동 및 보관이 손쉬워지면서 먼 곳에 있는

사람에게도 정확한 뜻을 전할 수 있게 되어

편지의 유용성이 대폭 상승하였고 편지의 생산 역시 활발해졌다.

전화기의 발명과 영향

1875년에 미국의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했다.

전화의 발명은 인류의 의사소통 방식에 전환점이 된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전의 통신 수단보다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먼 곳에 있는 사람에게도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하는 전화는 빠른 속도로 퍼져갔다.

편지를 비롯한 옛 통신 수단은 빛이 바래고 사라져 가거나, 그 의미가 변하기도 했다.

이 시기의 편지는 이전과 달리 정성과 편의성 보다 예의를 갖춘 교류 수단으로서의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KakaoTalk_20240327_150645972.png

ⓒ 국립경찰박물관 

office-620822_1280.jpg

전자우편(e-mail)의 발명과 그 이후

1971년 10월에 미국의 프로그래머 레이 톰린슨이 전자우편,

이메일(e-mail) 개발에 성공했다.

이 개발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게 함으로써 엄청난 파급을 일으켰다.

더불어 개인 휴대기기의 발전은 언제 어느 때든 원하는 상대에게

보내고 싶은 이야기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아날로그 시대가 지나고 디지털 기록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 온 편지 역시 전자우편을 위시로 한

디지털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오늘날 편지는 더 이상 빠르지도 편하지도 않다.

손 글씨가 어색해지고 있는 요즘, 그럼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손편지를 쓰는 이유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목적을 넘어 그 속에 담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빠른 현대 사회에서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고,

일반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 바로 오늘의 편지이다.

bottom of page